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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무] 관찰자 33

직접 만들어 덕질/시리무 장편

by mymoonshine 2017. 7.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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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33

 

- 해리포터 시리무 팬픽입니다. bl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기차 시각에 맞춰 짐을 챙겨 들고 나가는 학생들로 그리핀도르 휴게실은 시끌벅적했다.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에 두 뺨이 달아오른 1,2학년생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혼잡한 휴게실을 휙 둘러본 제임스의 눈에 프랭크에게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앨리스가 들어왔다.

 

"앨리스! 혹시 릴리 어디 있는지 알아?"

 

"릴리? 아직 방에서 안 내려왔어. 챙길 게 있다고 해서 이따 밖에서 만나기로 했어."

 

"알았어. 고마워. 어이, 프랭크! 다녀와서 봐!"

 

손을 흔드는 프랭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제임스는 여학생 침실 쪽 계단 밑으로 향했다. 내려오는 여학생들에게 윙크와 짧은 인사를 날리는 사이 어느새 릴리의 얼굴이 나타났다. 자신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킥킥 웃는 저학년 여학생들에게 손키스를 보내는 제임스를 본 릴리는 눈을 빙글 굴리며 고개를 저었다.

 

"왕자병인지 관심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애들한테까지 매력 발산하는 건 자제하는 게 어때, 포터?"

 

"다정한 퀴디치 주장의 팬서비스로 봐줘. 그나저나 이제 보니 독점욕이 상당한데, 나의 백합."

 

빙글빙글 웃는 얼굴을 향해 릴리가 살짝 눈을 흘겼다.

 

"기운 차리니까 다시 입만 열면 헛소리구나. 그나저나 집엔 언제 돌아가기로 한 거야?" 

 

"피터는 집에서 허락을 못 받아서 오늘 가고 나랑 시리우스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무니 병동에서 쉬는 모습 보고 갈 거야. 미니 방에서 플루 네트워크를 특별히 연결해주기로 했어."

 

"교수님이? 비상시 아니면 막아놓았을텐데 어떻게 설득한 거야?"

 

"무니가 이번에 큰일을 겪어서 혼자 두고 갈 수 없다고 부탁했더니 정말 예외적인 경우라면서 허락해줬어. 그리고 아닌 척 하지만 사실 미니가 날 엄청 좋아하잖아."

 

"그래. 너만 보면 이마에 핏줄이 불뚝 설 정도로 좋아하시지. 암튼 정말 다행이다 리무스가 혼자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지 않게 되서.. 마음 같아선 나도 학교에 남고 싶은데 집에서 허락해주시질 않으니... 이번엔 특히 리무스가 많이 힘들테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줘. 그리고... 이거..."

 

뭔가 바스락거리는 물건이 불쑥 제임스의 손에 와서 닿았다. 금빛 포장지로 싼 선물이었다. 안경 너머로 제임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

 

"뭐해, 안 받고. 나 이제 나가야 하니까 빨랑 받아."

 

릴리는 퉁명스럽게 제임스의 손아귀에 선물을 밀어넣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물과 릴리의 얼굴을 번갈아 본 제임스의 입가에 마침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나한테 지금... 선물 준 거지? 릴리 에반스가 이 제임스 포터한테 주려고 선물을 샀단 말이지?!"

 

신나서 점점 커지는 제임스의 목소리에 릴리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흘겼다.

 

"조용히 좀 해. 그리고... 그거 산 거 아냐. 내가 만든 거니까 크리스마스에 풀어봐. 지금 풀지 말고. 그럼 난 간다!"

 

"잠깐!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도 너 줄 거 있단 말야."

 

제임스는 릴리가 준 선물을 들고 재빨리 침실로 뛰어올라갔다 금방 미친 듯이 뛰어내려왔다. 한 손에는 여전히 릴리의 선물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짙은 녹색 포장지로 얌전히 싼 책이 들려 있었다. 

 

"저번에 서점에서 샀어. 무니한테 물어보니까 네가 이 책 읽었다는 얘긴 못 들었다고 해서... 멋진 마녀 릴리 에반스 양에게 바치는 내 마음이라 생각하고 받아줘."

 

제임스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지만 책을 내미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릴리는 책을 받아 가슴에 안았다. 어느새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휴게실은 상당히 조용했다. 괜히 헛기침을 한 제임스는 슬슬 눈치를 보며 릴리를 향해 다가갔다. 갈색눈과 녹색눈이 어색하게 마주쳤다.

 

"그럼... 휴가 잘 보내, 나의 백합."

 

"너도 잘 보내, 포... 제임스."

 

살짝, 아주 살짝 키스하고 싶다는 마음에 제임스는 아주 천천히 릴리 쪽으로 몸을 굽혔다. 눈을 감을까 아니면 저 아름다운 녹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키스할까, 이마에 할까 아니면 대범하게 입술에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제임스의 뒤통수를 릴리 쪽으로 확 밀었다. 미처 착륙지점을 정하지 못한 제임스의 입술에 세게 눌린 릴리의 둥근 콧방울이 찌부러졌다. 놀란 제임스의 입술에서 푸힉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났다.

 

"으엑, 저리 가! 아침에 도대체 베이컨을 얼마나 먹은 거야?"

 

거칠게 제임스의 얼굴을 밀어낸 릴리는 그 어깨 너머로 능글맞게 웃고 있는 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그 속도로는 크리스마스 다 지나도록 키스하긴 글렀다 싶어서 말이지. 지나가는 외로운 영혼도 생각해달라고."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제임스가 돌아서서 시리우스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이 자식, 밀려면 각도나 맞춰서 밀 것이지.. 입술에 할 수도 있었는데 분위기 다 망쳤잖아! 하여간에 릴리...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 릴리? 릴리?!"

 

다시 돌아선 제임스의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시리우스가 나지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해. 에반스가 머글이었다면 분명 육상선수가 됐을 거야. 발차기 할 때 이미 봤지만 힘도 엄청나고 빠르기까지 하다니.. 굉장한 다리야."

 

"릴리 다리에 관심 끄는 게 네 수명에 좋을 거야. 근데 넌 아침 먹자마자 사라지더니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서 뭐 한 거야? 웜테일 가는 것도 놓치고. "

 

"웜테일은 작업하느라 바빠서 신경 안 쓸걸. 아침에 얘기하기론 곱스톤 모임에서 친해진 후플푸프 애한테 기차에서 들이댈 생각이라던데. 넌 에반스랑 뽀뽀할 궁리하느라 바쁘고."

 

"네가 좀 더 성의껏 밀어줬거나 아예 늦게 나타났으면 성공했을 거야. 암튼... 그래서 넌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무니 따라 도서관이라도 간 거야?"

 

둘은 벽난로 앞으로 가서 각자 안락의자를 차지하고 비스듬히 앉았다. 긴 다리를 멋지게 꼬고 앉은 시리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천문탑에서 한 대 피우고 왔어. 바쁜 와중에도 거기서 쪽쪽거리는 애들이 있길래 한숨 몇 번 쉬면서 째려봤더니 다들 빛의 속도로 사라지더라고. 덕분에 고요한 시간을 보냈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차라리 무니 따라가서 얘기라도 해보지 그랬어?"

 

"지금은 때가 아니야. 차여도 집 나온 후에 차일 거야. 차인 채로 그리몰드 광장에 가고 싶지 않아. 무니가 지금 얘기하자고 하면 내가 피할 거야." 

 

우울한 눈빛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응시하는 시리우스에게 뭔가 위로가 될 말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자 제임스는 말을 돌렸다.

 

"파티에서 어떻게 할 건지 구체적인 계획은 세웠어?"

 

"다들 지켜보는 앞에서 결혼할 생각없다고 잘라 말하고 절연하자고 할 거야. 상속자 신분 따위 깨끗이 포기할테니 이제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고 확실히 말해야지. 그런 다음에 그 집을 영원히 뜰 생각이야."

 

"너희 어머니가 순순히 놓아줄까? 아무래도 찝찝한데..."

 

"체면에 목숨 거는 사람이니 프랑스인들까지 데려다 놓은 마당에 날 바로 죽이진 않을 것이고, 내 입장에선 파티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죽을 필요가 없으니 혼란을 틈타 바로 빠져나와야지. 파티장에 순간이동 금지 마법을 걸어놓을 거고 정문엔 보안을 핑계로 성가신 놈들을 심어놓을 게 뻔하니까 아버지 서재 벽난로로 탈출할 거야."

 

"서재는 열려 있을까?"

 

"남 살 길은 막아놓고 자기 살 길은 확실히 뚫어놓는 게 블랙가 인간들의 장기지. 원한 살 짓을 하도 많이 하고 다니니까 외부 침입이 어렵게 다른 통로는 죄다 막아놓고 그 방 벽난로만 뚫어놨어. 하지만 그 덕에 자기들도 안에 갇힌 셈이 됐으니 여차하면 도망칠 쉬운 길을 하나 만들어 놓은 거지. 손님이나 침입자는 그런 사정을 알 도리가 없고."

 

친구의 설명에 제임스는 긴 한숨을 내뿜었다.

 

"니네 부모님 진짜 피곤하게 사시는구나. 아무 일 없이 네 계획대로 되어야 할텐데... 내가 변장이라도 하고 몰래 들어가서 같이 탈출할까?"

 

"그랬다간 정신 나간 어머니가 너랑 너희 부모님까지 괴롭힐 수 있어. 절대 안돼."

 

"그럼 전면전이라도 벌이지 뭐. 어차피 너희 집안이랑 우리 집안이 서로 싫어하는 사이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안돼. 내 문제야. 잘 처리하고 너희 집에 신세지러 나타날테니 걱정 붙들어 매."

 

"그럼 크리스마스날 밤에 꼭 나타나야 한다. 벽난로 활짝 열려 있을테니 최대한 빨리 와."

 

고집스런 친구의 얼굴을 보며 제임스는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불안감을 애써 눌렀다. 둘은 타들어가는 장작을 물끄러미 보며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모든 일이 무사히 끝나고 포터 가의 벽난로 앞에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기를, 제임스는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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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장에서 계속..

 

업뎃 늦어서 죄송합니다ㅠ 얼른 쓰고 마무리하고 싶은데 똥뇌똥손이 말을 안 들어서 이야기가 빨리 진전이 안되네요ㅠ 똥글이지만 참고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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