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34
- 해리포터 시리무 팬픽입니다. bl 싫어하시는 분께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뼛속까지 시린 바람이 부는 크리스마스 밤이었지만 포터 가는 따뜻한 공기와 달달한 쿠키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응접실 소파에 다리를 쭉 뻗고 길게 누운 외아들을 본 유페미아 포터 부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이미, 목도리 그만 풀지 그러니? 이마에 땀까지 난 것 같은데."
양손으로 각각 진수성찬으로 꽉 찬 배와 목에 두른 빨간 목도리를 만족스럽게 어루만지며 제임스는 고개를 저었다.
"안될 말씀! 다른 건 다 벗더라도 이 목도리만큼은 두르고 잘 거예요. 릴리가 절 위해 직접 짜준 거라고요. 흐흐흐흐흐흐흐."
몇 년 간 아들의 사랑타령을 질리도록 들은 포터 부인은 상심한 척하며 눈을 흘겼다.
"세상에, 제임스 포터! 아무리 릴리가 좋아도 그렇지, 엄마가 준 한정판 퀴디치 팬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쩜 그럴 수가 있니? 영국 대표팀이 입는 거랑 똑같다고 해서 그거 구하느라 줄까지 섰는데......"
"한정판 팬티도 좋지만 제 백합이 어여쁜 손가락으로 짜준 목도리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이니까 이해해 주세요. 게다가 이건 릴리에게 처음 받는 선물이거든요. 흐흐흐흐흐흐."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플리몬트 포터가 껄껄 웃었다.
"크리스마스에 첫 빗자루 선물 해준 게 제임스 다섯 살 때였던가? 그땐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고 결혼도 엄마랑 한다고 난리더니, 이젠 릴리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구나. 네 엄마 배신감에 오늘 베개를 눈물로 푹 적시게 생겼구나."
"예전에 할머니께 들은 바에 따르면 아버지도 엄마한테 반한 이후로 장난 아니었다고 그러셨는데... 유전이라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아들이 평생의 사랑을 찾은 걸 기뻐해주셔야죠. 흐흐흐흐흣."
연신 터져나오는 아들의 바보 같은 웃음소리에 포터 부부 역시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배불리 먹고 누워 있으려니 슬슬 졸음이 밀려와 제임스는 길게 하품을 했다.
"졸리면 방에 가서 자렴. 우리가 다 잠든 후에 시리우스가 와도 네 방이 어딘지 아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냥... 오늘은 시리우스가 오는 걸 한시라도 빨리 봐야 안심할 것 같아서요. 블랙 가에서 파티가 있어서 늦게 도착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두 분 먼저 주무세요."
제임스의 대답에 포터 부인과 포터 씨는 걱정어린 눈빛을 주고받았다.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포터 부인이 물었다.
"안 그래도 예언자 일보 사교란이며 주간 마녀며 여기저기에 그 집 파티 크게 한다고 기사 난 건 봤다만, 시리우스한테 무슨 일 있는 거니? 파티 끝나면 피곤할텐데 집에서 쉬고 아침에 와도 될 걸 한밤중에 온다고 하니 행여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불안하구나. 네가 굳이 여기서 기다리는 걸 봐도 그렇고."
부모님의 걱정스런 표정에 제임스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자세한 얘기는 아침에 해드릴게요. 시리우스가 잘 도착하기만 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말씀대로 시리우스가 피곤할테니 제가 기다리고 있다가 방으로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평소와 달리 시원스럽지 않은 제임스의 대답에 포터 부부는 걱정스런 표정을 걷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더 물어봤자 비슷한 대답만 돌아올 것이 분명했으므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침실로 향했다. 응접실에 홀로 남은 제임스는 릴리에게 받은 목도리를 매만지며 눈을 감았다. 시리우스가 도착하면 할 얘기가 많을테니 눈을 붙여두는 게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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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님, 제임스님!"
포터 가의 집요정 피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제임스는 잠에 취해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언제 벗겨졌는지 안경이 없어 눈앞이 뿌옇게 흐렸다. 느릿느릿 상체를 일으켜 소파 등받이에 기대기 무섭게 피비가 안경을 콧등에 걸쳐주었다.
"안경 고마워, 피비... 근데 무슨 일이야?"
"어서 이거 받으세요! 급한 거래요! 빨리 읽어보시라고 했어요!"
빠르고 다급한 목소리에 제임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비가 내민 종이뭉치는 예언자일보였고 그 위에 봉투 없이 반으로 접은 편지가 붙어 있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제임스는 편지를 먼저 펼쳤다.
포터,
신문을 보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테니 설명은 생략하겠어. 알파드 블랙 씨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 그게 형을 구할 유일한 길이야. 루핀과 페티그루에게도 연락했으니 거기로 갈 거야.
R.B
"뭐?!"
편지를 팽개친 제임스의 손이 정신없이 예언자 일보로 향했다. 맨 앞장에는 "마법 세계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며!"라는 제목 밑으로 마법부 장관 해롤드 민첨과 고위 관리들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급한 마음에 제임스는 장관의 얼굴이 구겨질 정도로 종이를 세게 잡아 넘겼다. 하지만 두번째 장, 다음 장, 그 다음 장에도 시리우스와 관련된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앞에서부터 자세히 살펴봐야 하나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 "블랙 가의 크리스마스 파티, 송년 약혼 파티로 이어져"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제임스의 눈이 곧바로 사진으로 향했다. 발부르가 블랙이 한 중년남자와 와인잔을 맞댄 채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제임스는 빠르게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 이날 블랙가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성대했으며 의미 또한 남달랐다.... 영국 최고의 명문 블랙 가문과 역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로랑 가문이 가장 깊고 친밀한 방식으로 인연을 맺기로 한 것이다....
발부르가 블랙 부인은 장남 시리우스를 로랑 가의 외동딸 카트린느와 결혼시키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하며 얼음여왕이라는 별명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파티 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시리우스와 카트린느의 약혼식은 올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블랙 가에서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멀린이시여...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 35장에서 계속
- 계속 늘어지는 똥글을 참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곧 35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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